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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숍 가지 말고 입양해서 키워보세요!

2016-06-21

유기견 입양카페 운영하는 박제순 씨

 

"얘는 봄에 왔다고 해서 '봄이'예요. 우리 가게 최고 장난꾸러기죠. 저기 사람들 곁에 잘 안 오는 애는 '럭키'. 보신탕집에서 갈비뼈가 부러진 채로 구조됐는데 남자한테 학대를 당한 기억이 있는지 남자 손님한테는 안 가요. 최고참 '도야'는 입양 갔다 3년 만에 파양됐어요. 여자 견주는 결혼 때문이라고 했는데 눈이며 피부며 아픈 데가 많으니까 버린 것 같아요. 나중에 보니 소리도 못 듣더라고요."

 

박제순 씨는 손님들에게 일일이 아이들(유기견) 특징을 설명하느라 분주했다. 젊은이들의 열기로 가득한 인천 인하대 후문 쪽에 위치한 애견카페 '쁘띠시앙'.

 

박 씨가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유기견들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이들을 기다리는 곳이다. 임신한 채로 구조된 어미에게서 태어난 '모모', 가방에 담긴 채 산에 버려진 '둥이', 몸 안에 견주 정보가 담긴 인식칩이 내장돼 있었음에도 끝내 외면받은 '까미', 시 위탁 보호소에서 온 새내기 ‘메이’까지 총 7마리의 개들은 저마다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사연을 지녔다.


박제순 씨가 운영하는 애견카페 '쁘띠시앙'에는 7마리의 개들이 평생을 함께할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2년간 42마리 입양, 해외입양은 가장 드라마틱
입양률 줄더라도 '천천히, 까다롭게' 원칙 고수

 

박 씨는 이곳을 '오픈형 임보처'라고 표현했다. '임보'란 임시보호의 준말로 유기견이 입양될 때까지 잠시 돌봐주는 것을 뜻한다.

 

외견상 일반 애견카페와 다를 것 없지만 그 목적이 단순히 개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게 아니라 영원히 함께할 가족을 맞이하는 ‘입양’에 있음을 상기시키는 말이다.

 

2014년 4월 문을 연 이후 현재까지 42마리가 새 가족을 찾았다. 박 씨는 특히 지난겨울 캐나다로 간 ‘보람이’의 입양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 같았다고 전했다.

 

"인하대에 교환학생으로 온 사브리나는 캐나다로 돌아가면서 보람이를 데려가고 싶다고 했어요. 사브리나는 영어를 쓰고, 부모님은 불어를 쓰고, 저는 한국말밖엔 못 하고... 인하대 영문과 학생이 저와 사브리나 사이의 통역을 도와준 덕에 영상통화로 부모의 동의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입양을 보내려니 개는 몸무게가 5kg 이상이면 수하물 칸에 타야 했어요. 8kg에 달했던 보람이는 몇 달간 혹독한 다이어트에 돌입했습니다. 또 사람과 함께 비행기를 타려면 케이지 안에 있어야 했기 때문에 사브리나가 매일 4시간씩 보람이를 케이지에 넣고 시내를 돌아다니며 훈련을 했죠."

 

그러나 이곳의 모든 개가 보람이처럼 좋은 가족을 만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게다가 박 씨가 이곳을 맡으면서부터 입양 절차를 더 까다롭게 해 지난해에는 오히려 입양률이 더 떨어졌다.

 

그럼에도 그는 '입양을 천천히 보내야 파양도 줄어든다'고 여전히 생각한다. 박 씨는 입양을 원하는 손님들에게 "다음에 다시 와서 보세요, 서너 번 더 보고 결정하세요"라고 말한다.

 

박 씨가 지금의 일을 하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애견 사업을 위해 '강아지 공장'을 방문한 뒤다. 강아지 공장이란 애견숍에 판매하는 강아지의 교배와 출산이 이뤄지는 곳이다.

 

"강아지 공장에 직접 가본 뒤 아무리 큰돈을 벌 수 있다 해도 이런 곳에서 개들을 데려올 순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두 명의 관리인이 수십 마리의 개를 위생적으로 돌보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죠. 애견숍에서 건강한 강아지를 분양받는 건 '제비뽑기'라고 할 수 있어요. 당국의 눈을 피한 무허가 시설 때문에 전문 브리딩 업체의 동물 분양 가격이 올라 값싸게 공급하는 무허가 시설이 더 많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예요."

 

'강아지 공장' 눈으로 본 뒤 유기동물에 관심
유기동물 보호소와 연계 구조·입양 동시에

 

강아지 공장이 무분별하게 찍어내는 동물들은 유기견 발생의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전국에서 발생한 유기동물은 8만6100마리. 이 가운데 개가 5만9600마리로 73%를 차지한다.

 

유기동물은 원래 주인을 찾거나 새 주인을 만나는 경우를 제외하고 53%가 자연사하거나 시 보호소의 공고기간(10일)이 지나 안락사 처리됐다. 유기동물에게 입양은 죽음 외에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인 셈이다.

 

쁘띠시앙의 개들은 인천에 위치한 사설보호소 '유기견 사랑나누기(cafe.naver.com/behappydog)'를 거쳐 이곳에 온다. 사설보호소에서는 유기동물이 최초로 신고돼 들어오는 각 지역의 시 위탁 보호소의 공고기간이 지난 동물들을 데려와 안락사 없이 입양될 때까지 보호한다.

 

사설보호소를 운영하는 채연정 씨는 쁘띠시앙과 같은 애견카페가 입양률을 높이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호소를 알고 찾아오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해요. 반면 애견카페는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곳에 있는 개들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입양 기회를 얻을 수 있죠. 우리 보호소와 연계한 두 곳의 애견카페를 통해 지난해 80마리가 넘는 유기동물이 새 가족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박 씨는 유기견을 데리고 애견카페를 운영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고 털어놨다. 일반 애견카페처럼 개가 상주하지 않으면 특정 개를 좋아하던 손님은 발길을 끊어버리기 때문이다.

 

작고 예쁜 순종 개만을 선호하거나 유기견에 대해 편견이 있는 손님들은 애초에 오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하는 일에 사명감을 느낀다.

 

"유기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나날이 개선되는 게 피부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유기견은 키우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은 여전해요. 물론 그게 사실일 수도 있고 두 번 버림받지 않기 위해 주인의 말을 더 잘 들으려는 개들이 있는 것도 맞아요. 하지만 이것만 기억해 주세요. 여러분이 집에서 키우는 개들처럼, 이들도 똑같이 이름이 있는 개라는 걸. 애견숍 대신 쁘띠시앙 같은 곳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 본 인터뷰는 정책브리핑의 위클리공감에 실린 내용을 발췌해 정리한 기사입니다.

 
애견타임즈 김상현 기자 kimsh@dog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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