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6
연합뉴스
왼쪽은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캡처], 오른쪽은 [온라인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최근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강아지 췌장염 5일 입원 병원비'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습니다. 반려동물 치료비가 너무 비싸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첨부된 영수증 사진에는 5일간 입원비 등으로 161만여원이 적혀있었습니다. 또 다른 사진에는 백내장 치료비로 369만원이 찍혀있기도 했습니다.
9년째 반려견을 키우는 이민지(26)씨도 지난해 반려견의 구토증세로 병원을 찾았다가 세 가지 종류의 혈액 검사 비용에 야간진료비까지 합쳐서 약 20만원을 낸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동물병원비가 너무 비싸다"고 입을 모읍니다. 소비자교육중앙회 통계에 따르면 반려견이 일반 혈액검사만 해도 1만∼5만원을 넘게 내야 하는 데다, 동물병원마다 진료비가 크게 차이 나기 때문인데요. 반려동물 진료비에 대한 기준도 없어서 '과잉진료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해 12월 반려동물을 기르는 532명을 대상으로 벌인 '반려동물 서비스 관련 소비자 인식조사(복수응답)'를 보면 반려동물 관련 지출비용 중 어떤 항목이 가장 부담이 크냐는 질문에 '의료비'라고 답한 비율(84.6%)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물병원 진료비 비교 자료 [소비자교육중앙회 제공]
소비자교육중앙회가 지난해 1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동물병원 156곳의 병원비가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광견병 예방주사비는 최저 5천원에서 최고 4만원으로 차이가 났고, 중성화 수술비용은 최저 5만원에서 최고 40만원으로 차이를 보였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반려동물 관련 소비실태 및 개선방안(2013년)'에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 '동물병원의 진료비 기준 마련(25.1%)'을 꼽는 이들이 가장 많았고, '동물 진료비 부담 경감을 위한 보험 활성화(21.0%)'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진료비가 비싼 이유에 대해 동물병원도 할 말이 있습니다. 경기도 파주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한 수의사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사람은 감기가 걸렸을 때 진료비 6천원과 약값 5천원을 내지만, 의료보험이 없다면 전체 부담액은 약 3만원 정도일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약을 더 타거나 몇 가지의 진료를 추가하면 진료비가 약 5만원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동물권단체 케어 홈페이지 캡처]
동물권단체 케어의 임영기 사무국장은 "비싼 진료비 부담으로 키우던 동물을 버리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며 "진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 병원의 진료비를 동일하게 하는 '동물 의료수가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을 형성하려면 '수술진료를 위한 가이드'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은 지난달 25일 수의사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동물병원 개설자가 동물의 진료비를 고지하고,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병원의 진료비 현황을 조사·분석해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연합뉴스TV 캡처]
정부도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의료보험 없이 의료수가제만 실시하려면 몇 가지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농림부 구제역방역과 관계자는 "땅값이 비싼 강남과 다른 지역의 진료비를 동일하게 설정한다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병원 간 경력에도 차이가 있다"며 "수의사와 소비자 간의 마찰을 줄일 수 있고, 더욱 효율적인 동물 의료수가제를 마련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채은 인턴기자 rlacodms781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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