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03
연합뉴스
"경매장 출하 후 전국에 팔려…최소한의 동물복지도 없어"

"반려동물 경매장 폐쇄하라"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동물보호단체들이 3일 오후 대전 유성구의 한 반려동물 경매장 앞에서
경매장 폐쇄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3.8.3 coolee@yna.co.kr
"이빨이 녹고, 종양이 온몸에 가득한 채 번식만 해야 하는 개들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오."
동물권행동 카라, 코리안독스 등 동물보호단체 회원 30여명은 3일 오후 대전 유성구 유성동양경매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갖 불법을 양산하는 경매장을 폐쇄하고 막대한 수익을 올린 업주의 계좌를 추적하라"며 이렇게 밝혔다.
이들은 "오물과 개 사체로 뒤덮인 불법 번식장에서 생산된 강아지들은 전국에 있는 반려동물 가게로 팔려나갔다"며 "경매장이 동물판매업으로 등록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최소한의 동물복지도 준수되지 않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26일부터 사흘간 충남 보령의 무허가 번식장 2곳에서 개 478마리를 구조했다.
충남 홍성군청은 지난달 21일 동물단체와 함께 지역 내 무허가 번식장을 적발해 폐쇄 조처하고 업주를 경찰에 신고했다.
적발된 세 곳 모두 유성동양경매장으로 자견을 출하해왔던 번식장이었다.
동물단체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이 경매장은 일평균 400마리 이상의 강아지가 거래되는 곳으로, 단 7회의 경매로 최소 2천마리 이상이 거래된 것으로 파악됐다.
카라 관계자는 "무허가 번식장에서 들여온 강아지를 허가 번식장 출신인 것으로 속여 팔아넘겼다"며 "푸들과 포메라니안 등 인기 견종을 경매장에서 3만원대에 거래해 많게는 수십만원에 되팔았다"고 주장했다.
경매장 대표 A씨는 최근까지 대전지역 대학 반려동물 관련 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이곳 외에 천안지역 경매장도 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번식장 개들의 처참한 실태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동물보호단체들이 3일 오후 대전 유성구의 한 반려동물 경매장 앞에서
경매장 폐쇄 촉구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번식장에서 구조된 개들의 모습이 피켓에 인쇄돼있다.
2023.8.3 coolee@yna.co.kr
동물단체는 "A씨가 이사로 등기된 사단법인 반려동물협회 이사진은 전국 18개 등록 경매장 중 7개의 경매장을 소유하며 번식, 유통, 소매점까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행정 당국은 A씨의 경매장을 폐쇄하고 그의 계좌를 추적하라"며 "반려동물 경매업 30% 이상을 점유하며 이권 집단으로 전락한 반려동물협회 인가를 취소하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5m도 안 되는 경매장 앞 도로를 마주 보고 동물단체 회원들과 경매장 관계자들이 대치하며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사고에 대비해 현장에 경찰 인력이 배치 중인 가운데, 경매장 관계자들은 경매장 밖으로 수시로 차를 빼고 넣으며 기자회견을 방해하기도 했다.
경매장 대표 A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지켜봤지만, 외부인의 경매장 출입을 금지하는 한편, 언론에도 별도의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대전 유성구청이 이 경매장을 대상으로 동물보호법 위반 사례 등을 조사 중인 가운데, 경찰도 동물단체의 고발장을 접수 후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A씨가 교수로 재직했던 대학은 불법 번식장 적발과 경매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달 A씨를 직권면직했다.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coo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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