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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호랑이 왜 안보이나 했더니…출산 후 예민해진 어미가

2018-02-20

광주 우치동물원 벵골산 호랑이, 제 새끼 잡아먹어

 

 

우치동물원 아프리카관[광주우치공원 제공 =연합뉴스] 

 

광주 우치동물원에서 어미 호랑이가 갓 낳은 새끼를 잡아먹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동물원 측은 호랑이가 임신한 사실조차 몰라 산실(産室) 격리 등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등 관리부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광주시 우치공원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설 연휴 첫날인 지난 15일 오후 동물원 내 아프리카관에서 벵골산 호랑이 '러브'(9살)가 방사장(放飼場)에서 새끼 한 마리를 출산했다.

 

출산 직후의 과정은 설 연휴를 맞아 동물원을 찾은 관람객 수십 명이 지켜봤다.

 
출산 전에 호랑이를 내실(內室)로 유도하거나 가림막 설치 등 최소한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출산으로 극도로 예민해진 어미 호랑이는 방사장에 그대로 방치된 셈이다.

 

동물원 측은 "출산 확인 뒤 다음날 새끼 호랑이가 어느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다"며 "어미가 새끼를 해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치동물원에서는 지난 2006년에도 벵골산 호랑이가 태어난 지 40일 가량된 새끼 2마리를 잡아먹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듬해 9월에는 5년생 아프리카 사자가 생후 20일 가량 된 새끼 사자 2마리를 잡아먹는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

 

동물원 측은 이번 사고가 출산 당시 관람객의 소음, 외부에 노출된 환경 등 과도한 스트레스에다 고양이과 동물이 지닌 '식자증(食子症)' 등의 습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식자증은 호랑이나 사자가 낳은 새끼를 방치하거나 키우다가 잡아먹는 것으로 토끼나 햄스터 등에서도 종종 보인다.

 

식자증은 두 가지 패턴으로 나타나는데 죽은 새끼를 먹거나 살아있는 새끼를 잡아먹는 경우다.

 

열악한 주변 환경을 극복하려는 생존 경쟁이거나 영역 보전을 위한 경쟁자의 사전 제거라는 설 등 이유는 다양하다.

 

광주 우치동물원 관계자는 "러브가 초산인 데다 배도 거의 부르지 않아 임신한 사실을 전혀 몰라 산실 격리 등의 조치를 하지 못했다"며 "사육사가 2명이나 부족한 점도 동물 관리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광주 우치동물원에는 122종 756마리의 동물이 사육 중이며 연간 30마리 가량이 노령이나 질병 등으로 폐사한다.

 

 

광주 우치동물원 아프리카관 호랑이[우치공원사무소 제공 =연합뉴스] 

 

(광주=연합뉴스) 송형일 기자 nic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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