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3
연합뉴스
"어린 개와 사는 것, 삶의 지평 갑자기 넓어지는 일"
'어린 개가 왔다' 표지 이미지
[한겨레출판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달콤한 나의 도시' 소설가 정이현(53)이 처음으로 반려견과 동거하며 겪은 일들을 기록한 산문집 '어린 개가 왔다'(한겨레출판)를 펴냈다. 한겨레신문에 연재한 글을 모은 이 책은 정이현이 '우리가 녹는 온도'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산문집이다.
저자는 동물을 무서워하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평생 개와 가까워질 기회가 없었다. 어릴 적 가까이 지내던 사촌 언니들마저 개를 무서워해 대문 앞에 '개 조심'이라고 써 붙인 집 앞을 지날 때면 저자에게 "그쪽으로 가면 큰일 난다"며 먼 길로 돌아갔다.
그러나 저자는 2022년 12월 덜컥 생후 3개월 된 강아지 한 마리를 입양하게 된다. 10대인 두 딸이 틈만 나면 유기 동물 보호소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들여다보다가 입양되지 않은 강아지를 데려오자고 조른 결과다.
몸무게 3킬로그램 남짓, 검은색과 흰색 털이 불규칙하게 섞인 수컷 강아지가 집에 도착한 날, 저자는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정현종의 시 '방문객'을 떠올린다.
"그렇다. 누가 온다는 것은 정말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방금 누군가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미래가, 한 '개'의 일생이 왔다는 것을 알았다."(본문에서)
이렇게 이 집의 다섯 번째 가족이 된 반려견 '루돌이'는 끊임없이 저자를 당황하게 한다.
루돌이는 가족들이 마련한 울타리 안에 웅크리고 앉아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고 이빨을 드러내며 사납게 행동하는가 하면, 자기를 산책시키던 저자의 딸이 교통사고를 당하자 돌연 외출을 거부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루돌이의 행동에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그때마다 반려견 훈련사나 반려견과 함께한 경험이 많은 지인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고 차츰 루돌이의 마음을 이해해간다. 저자의 책장엔 반려견과 관련한 책이 빼곡하게 들어찼다고 한다.
이처럼 루돌이가 왜 이상한 행동을 하는지 이유를 알게 되는 과정에서 저자는 자신이 반려견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점을 깨닫는다. 아울러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반려견과의 관계에서도 상대방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
이 책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네고, 반려동물 입양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어떤 어려움이 생길 수 있을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라고 조언한다. 여기에 더해 반려견과 함께하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일깨워준다.
"어린 개와 사는 것은 그 전에 모르고 지났던, 모르고 지나도 아무 문제 없었던 삶의 여러 지평이 갑자기 넓어지는 일이었다."(본문에서)
232쪽.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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